다시 생각해 보니 미친짓이었다.
마지막 날에 그렇게 물건을 사들인 것은.

마지막으로 배낭의 무게를 재었을 때, 두 눈을 의심했다.
17키로? 를. 넘겨? 무쳤구나.드디어.
마지막이라고 드디어 나를 위한 쇼핑을 한다고, 적게 고른다고는 했지만, 사실 마냥 신나서 샀던 것 같다.
바지 두 벌은 오바였나. 하지만 사지 않을 수 가 없었다구!
첫날인가, 충동구매로 세일하는 노트를 6권이나 샀었는데, 그때만 해도 충분히 택배로 실어 보낼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들고 다닐 생각은 한 톨 도 없었단 말입니다?
숙소에 기부하고 올까도 싶었지만, 다시 꺼내어 보니 나름 다 또 귀여워서 손에서 차마 놓을수가 없었다.
이게 카르마지.
배낭여행자에게는 스스로의 짐의 무게가 전생의 카르마라고 자조하며 웃는 포인트가 있다.
그런데 사실,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 보조가방. 기내에 들고 타는 가방. 그거.
두려워 하며 무게를 재보았다.
6.6???
아이패드는 밖에 꺼내어져 있으니…. 이걸 다시 넣는다면…. 8키로에 가까운 무게.
분명 제주에서 출발할 때는 큰 배낭이 9키로, 작은 보조가방은 5.5키로 정도였는데.
지금은 과거의 두 가방을 합친 것 보다 더, 무거워진 큰 배낭.
오 갓. 오 마이 로드. 어찌하오리까.
덜어내는 길. 그뿐.
먹을 수 있는건 먹어서 없애고, 쓸수 있는 건 써서 없애고.
그러고도 가장 중요한 원석들이 가득가득. 아마도 3키로 조금 넘는 무게로 가방안에 귀엽게 자리하겠지만.
크읏! 마지막에 살 계획에 없던 커다란 수정과, 연수정 클러스터. 그 둘만 해도 1키로를 살짝 넘긴다. 마지막에 히마찰 수정까지 은근히 합세했고 말이다.
그렇담, 원석만 통합 5키로 쯤 된단 말이구나. 허허…
가능한 무거운 옷들을 전부 입은 뒤였는데도 이 무게라면, 태국에서는 조금 더 무거워 진다는 소리다. 가벼운 옷만 입고 다닐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젠 가급적 이동을 하지 않는 붙박이 여행을 지향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 짐을 내가 캐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우선은 짊어지고 숙소를 나섰다.
버스를 탈 수 있는 여행사의 위치는 대강은 알고 있었다. 대충 목적시간 30분 전에 나서라는 조언도 들었다.
그렇다. 30분의 거리를. 25키로의 짐을 매고. 심지어 중간에는 성역이라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 포인트도 있었는데 무거운 부츠를 낑낑대며 벗고 들고 다시 신고 다시 걷고!
거진 다 왔어! 라며 스스로를 위안할때쯤, 왜 아까 오토릭샤를 타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바보같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오토릭샤왈라가 100루피를 부를때 욱하던 나를 떠올리니, 어깨의 짐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는 책망감이 들었다.
그래도 거진 다 왔단 말이지! 라며 호기롭게 걸어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내리니, 순간, 왼쪽 어깨에 감각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어이어이. 적당히 하라구. 헛웃음만 나왔다.
오히려 신기한것이, 무거운 짐을 매고 걷고나서 10분쯤 지나고 나니, 몸이 우선 살아야 겠는지 아마도 아드레날린을 분비한 것 같았다.
무거워서 힘든 와중에도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나도 모르게 느끼며 한 껏 웃고 있었다.
몇번 스쳐가며 본 적이 있는 모든 푸시카르 사람들에게 쎄굿바-를 날리며 발걸음 조차 빨랐다.
자이푸르에서 푸시카르에 도착하고나서 다음 이틀을 물에 젖은 솜이 되어 느릿느릿 걷다가 3일째 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었는데, 아마도 그 사이 기간에 체력을 보충하고 조금 근력도 늘어 났을지도 모른다.
순전히 몸이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해서.
밤버스에 몸을 싩고 덜컹대는 침대칸의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렇게 푸시카르를 뒤로 떠나 보냈다.
이제 인도의 여정도 곧. 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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