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사적 취향에 대한 뻘글모음입니다.

인생 자체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합시다

일기 3

도착. 자이푸르. 전력질주 시작.

자이뿌르에 도착했다. 주말은 어차피 휴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쉬면서 이것저것 하려고 했는데 발길은 아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럴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곳에 달리 다른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분명 하지 않는다고 했던 가게가. 홀로 문을 열고 있었다. 다른 곳은 전부 닫혀있었는데 말이다. 이건 무슨 일인가 가게 안을 들여다 보니 익숙한 가게오너의 얼굴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그의 비지니스 스마일과 맨트가 나를 반겼다. 온김에 할수 없지. 조금만 좋아하는 일을 해 볼까? 두시간 정도 편하게 원석들을 보고, 고르고, 나는 가장 내가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안심감과도 비슷한 익숙함이 올라왔다. 상실감 뒤의 안심감. 묘한 밸런스를 이루는 감정들. 이..

여행일지 2023.01.28

델리. 사람. 만남. 헤어짐.

델리에서의 마지막 날은 모든 쇼핑을 마치고, 주문한 파우치를 픽업해야 했고, 택배서비스 샵에 모아둔 짐들을 최종 팩킹해서 주소를 적고 트랙킹 넘버까지 받아야 델리에서의 일이 겨우 끝나는 샘이었다. 오전부터 발발 거리면서 물건을 사 모으고, 와중에 이제 인도를 떠나는 KY를 배웅하기 위해 나빈가게를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점심도 먹어야 했고, 믹스베지 파라타를 허겁지겁 먹고 KY를 만나러 갔다. 이상하게도 KY이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친근했다. 어디선가 만났던 것 처럼, 첫 만남부터 호감이 있었다. 첫 인상은 씩씩하고 싹싹해 보였지만, 보면 볼 수록 예민하고 연약한 모습이 비춰졌다. 아직 어린 친구였다. 나보다 내 아들과 훨씬 가까운 나이인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그 시기만이 지닐수..

여행일지 2023.01.26

우리는 우리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 역할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목표는 형체를 갖추게 된다. 부의 확신. -밥 프록터. - 인도까지도 이 책을 들고 왔다. 잊지 않고 읽기 위해서 이다. 일생 공부하며 나를 닦아 가기로 다짐을 했다. 일여년 동안 연습같은 실전의 삶. 매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처음에는 무척 어색하고 무엇을 써야할지도 막연하고 애매하기만 했다. 그동안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쓰고 싶은 말이, 많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막상 쓰려고 보니 한 마디도 내 마음같이 나와주지를 않았다. 책읽기도, 글 쓰기도 연습이 필요했다. 우리가 달리기를 잘 하고 싶으면 매일 운동장을 뛰면서 연습을 하듯, 저 둘도 꼭 같았다. 매일은 쓰지 못했고, 매일은 읽지 못했지만, 항상 머릿속에는 그 둘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

여행일지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