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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취향에 대한 뻘글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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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

다시, 델리

타선생 2023. 3. 1. 18:32


으슬으슬 추워서 선 잠 속에서도 이불속에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이렇게 계속 춥다면 침낭을 꺼내야 겠어, 라고 꿈속에서 조차 생각했을때쯤,
문을 캉캉! 두드리며 “공항에서 내리시는 분!! ” 외치는 소리에 번쩍 잠에서 깨었다. 벌써 델리구나.
시간을 보니 3시 58분.
미리 검색해본 버스 어플로부터 아침에 도착하는 시간이 대략 4시 30분 쯤이 되리란 걸 알고있었다.
일어나 굽어 아픈 무릎을 꺼내어 펼치고 울숄로 어깨부터 온 몸을 감쌌다.
뒷 칸에 타고 있던 인짱이 문을 통통- 두드리며, “ 거의 다 온것 같은데요? ” 하고 내릴때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우물쭈물 슬리퍼 칸에서 내려와 구글맵을 보니, 바로 코넛플레이스 근처였다.
차장같은 인도인친구가 와서 어디서 내릴거냐고 묻길래, 우린 메인바자르로 갈거라고, 니어 코넛플레이스에서 내리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버스 운전 기사에게 뭔가 얘길 전했겠지?
버스가 급히 왼쪽으로 서더니 잠시 정차를 했다.
앞으로 와서 앉어- 라고 부르길래 아이고 고마워라. 맞어 내가 짐이 꽤나 무겁거든. 하고 앉아 기다리니 운전사가 밖에서 차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왠지 차장에게 엄청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이 들리는 목소리로 뭐라뭐라고 소리를 쳤는데, 아마도 급히 우리를 이 근처에서 내려줘야 할 것 같다고 얘길 하는 바람에 급히 차선을 변경했고, 그 때문에 교통제어 하는 공무원들이 차를 세우라고 지시한 것 같았다.
정말 그랬다면, 저런! 이렇게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
혼이 나서 머쓱해진 얼굴 표정으로 있던 차장은 오토릭샤가 딱 서있는 곳을 찾아 그곳에 우릴 내려주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헤어짐의 인사까지 건내 받고 버스는 다시 델리의 어두운 도로속으로 사라졌다.
이번 인도는 정말 친절하고 프랜들리한 인도인과 많이 만나게 된것 같아 작은 관심과 친절에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자- 이제 델리란 말이지!
어디로 갈지는 이미 정헤 놓았고, 오토릭샤만 잘 흥정하면 될일.
시크교도 인듯한, 터번을 하고 수염을 배까지 기른 풍채 거대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 왔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차지하는 법.
목적지 까지 80루피에 제안했지만(가까운거 안다고!) 그는 이른 아침이니까…라며 100을 요구했다.
그치. 한국도 할증요금이 붙는데, 여기라고 없을까. 갑시다!
아저씨는 힌디를 조금 얘기하는 내가 아쌈이나 나갈랜드에서 온 줄 알았는지 말을 걸었다.
“네히. 코리아 헤~. (아니, 한국사람이에요)
힌디 토라토라 아따헤~( 힌디 조금 말헤요 )”
계속해서 힌디로 아저씨와 짤막한 말을 주고 받으며 가다보니 금새 메인바자르에 도착했다.
방을 걱정하는 아저씨는 룸 잡았냐고, 얼마냐고 자꾸 물어봐서, 예약했다. 얼마얼마다 이야기 하니 그제서야 납득하고 더이상의 질문을 멈추었다.
오- 현지인도 납득하는 금액이구나.
다시 그래서, 델리에서부터 시작된 여정의 시발지, 아제이 게스트 하우스에 지금 도착해서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먼저 할 까도 싶었지만, 그러면 다시 졸리워 질것도 같고, 조금 귀찮기도 해서 더 귀찮은 일지를 쓰고있는 피곤헤서 뇌가 이상해 진 상태이다.
룸서비스로 스페셜 티는 뭘까하고 시켜봤는데, 생강이 강하고 설탕도 강한 짜이가 도착했다. 아, 이건 실패.
뜨거운 물이 다 데워졌는지 온수탱크의 작은 소음이 사라졌다.
6:55. 곧 7시가 된다.
오늘 하루 델리에서의 숙제. 잘 해결하고 와야지.


20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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