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의 숙제가 끝나자 그렇게 기분이 개운할 수가 없었다.
푸시카르의 체류일정을 최대한으로 즐기기 위하여 마지막 이동일정을 최소한으로 잡긴 했지만, 태국 이후로의 스케쥴은 모두지 각이 잡히질 않았다.
이미 인도에서의 시간이 즐거웠고, 골치아팠고, 짐은 무거웠고, 한껏 지쳐버린 것이었다.
인도일정을 너무 짧게 잡은탓을 스스로에게 한탄하고 있다가, 또 이렇게 무게가 한껏 늘어버린 가방에 몸도 마음도 짓눌려 버렸다.

골치아픈 생각은 어차피 하게 되어있으니, 일단은 마지막 델리에서의 저녁은 나가지 않고 숙소 안에서 룸서비스를 시켜 먹기로 했다.
같은 아제이 게스트 하우스에 방을 잡은 인짱과 주문을 하고, 방 앞에 있는 공용 테이블에 조명과 음악까지 가져다 놓고 한껏 인도 고인물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9시쯤에는 역시 짐을 정리하러 방으로 억지로 돌아왔지만.
최소한으로 짐의 무게를 줄이고 싶었다. 가지고 와서 쓰지 않은 마스크팩과, 인도에서 산 샴푸, 케챱과 피클이 들은 작은 파우치, 또 미련없이 버릴수 있는 최대한의 옷가지- 양말 하나.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작 500그램의 경량화에 그치고 말았다.
수십번을 고민했다만, 가지고 온 도톰한 린넨 똥싼바지와 기모레깅스, 히트텍 내의를 차마 버릴수가 없었다.
태국의 날씨를 예상해서는 입을일이 도저히 없을것만 같아 보였지만 한국에 돌아오는 2월 말은 아직 추울것을 생각하자니 버리기가 주저됬다.
대신에 내일 아침 최대한 입을수 있을만큼 다 껴입기로 했다.
게다가 푸시카르에서 보낸 택배 안에 차마 다 담지 못한(20키로 이상을 사버리다니!) 노트가 6권.
정말 숙소에 버리고 갈까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다 들고 태국에 가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선물로 뿌리거나 팔아야지 하는 생각에 그것도 차마 버릴수가 없었다.
푸시카르에서 총25키로의 짐을 메고 30여분을 걸어 왔잖아. 괜찮아. 할수 있다!! 무릎아 조금만 더 버텨줘.
아침 비행기여서 미리 택시를 예약했다. 요즘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가게.
그래 처음 D와 K를 만난것도 그곳이었다. 갑자기 인도에서의 일정들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한 껏 마음을 열고 사람들 사이를 부유하는 사랑이라는 공기에 접촉했던 순간들이 스쳐갔다. 아. 행복했었네.
지나가니 모든것이 사랑이었네.
하지만 아직도 태국이라는 여행지가 나를 새로이 기다리고 있다는걸 잊으면 안된다.
인도가 끝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혼자서는 처음인 태국으로 가는 설레임과 두려움 걱정들이 교차하면서 제대로 잠이나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서둘러 짐정리를 끝내고 내일 아침 최대한 빨리 가방을 쌀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두고, 음악을 들었다.
18일간의 인도 여행이 끝났다.
29일간의 태국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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