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무진 버스를 타자 마음의 고요가 찾아온 것도 잠시.
카오산 로드에 도착하고 나자 다시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 - 유심을 산다. 환전을 한다. 돈을 뽑는다.
익숙한 카오산 로드의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듣던대로 많은 마리화나샵들이 생겨나 있었다.
태국이 입국을 오픈하면서 늘어난 관광객들로 카오산로드는 충분히 붐볐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25키로그람의 짐을 앞 뒤 옆으로 매고 있었다. 멈추면 힘들다. 일단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걸어야 했다.
일직선으로 주욱 이어지는 카오산로드의 왼쪽으로 골목이 꺾이는 곳 즈음에서 환전을 했다. 가지고 있던 달러와 엔화를 모두 환전하니 18000바트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둘러보니 여행사가 눈에 띄었다. 십여년 전 부터 그곳에 계속 있었던 여행사다. 백인들이 잔뜩 그 앞에 모여 앉아 있었고 짐들도 같이 옆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끌리듯 들어갔다. 돈이 생겼으니 일단 하나는 해결했거든.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자 드디어 나의 얼굴에도 웃음이 찾아왔다. 그리고 빅스마일로 여행사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치앙마이로 가는 버스가 오늘 저녁에 가능한지 물어 보았다. 있으면 간다. 없으면 방콕1박 결정의 될되로 되라지 작전.
버스는 조금전에 출발해서 오늘은 버스가 없다고 했다. 저런, 자 그럼 1박인가. 일단 눈에띈 유심카드 판매 문구를 보고 유심을 사야겠다고 말을 했다. 아저씨는 버스는 없지만 기차 알아볼래? 라고 물었지만 나는 그다지 급한 마음이 없어서 유심을 일단 사고 싶다고 얘기 하는 와중에 이미 아저씨 검색 완료. 아, 기차도 없네- 라고 말하길래 치앙마이로의 이동은 완전히 무리인가, 라고 생각했던 즈음, 앗! 기차 티켓 한 자리가 있다는 소식!!! 우엉 뭔가 진행이 너무 빨라 조금 망설이다가 아저씨가 얼른 기차부터 하는게 좋다고 하기에 얼떨결에 기차티켓 부킹 완료. 허허허. 게다가 침대칸이다. 이거 예약 안하면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1300바트에 예약. 아저씨 수수료는 100바트 정도인듯 했다. 컵쿤카-.
유심도 샀고, 순식간에 치앙마이로의 이동도 결정되었다. 출발 시간은 10시 30분. 아직 시간은 넉넉했다. 가볍게 저녁이라도 먹고 가렴. 아저씨는 어디까지 친절할 것인가. 가게 바로 앞의 ATM에서 조금더 돈을 인출했다. 태국ATM은 회사마다 수수료가 다르다는 정보를 들어서 몇번에 나누어 인출하다가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을것 같았기에 한달 여정에 필요한 돈을 그때 전부 인출해 두었다. 어림 계산으로 하루에 1000바트면 넉넉하지는 않아도 모자를 일은 없겠지 싶었다. 예상보다 숙소경비가 많이 올라 있었다. 그래도 식비나 이동에 그리 많이 소비될것 같지 않아서 어떻게 잘 되겠지 생각했다.
가장 처음으로 태국에 왔었을때 먹었던 돼지고기 꼬치와 카오냐오, 그리고 맥주를 먹고 싶었다. 사람은 왜이렇게 익숙한 것을 선택하기 마련인걸까. 어디든 사람이 붐벼서 꼬치와 카오냐오를 노점에서 구매하고 앉아서 먹을 곳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카오산로드의 하나 뒷 골목은 분위기도 붐비는 정도도 완전히 달랐다. 한적한 골목 Bar 인듯 한 가게의 바깥쪽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먹으면 좋을것 같아서 들어가 메뉴를 살펴보니 어라 찻집인가? 여기는 차만 파나요? 라고 물어보니 알콜메뉴판이 따로 있었고, 잘 보니 마리화나도 같이 판매하고 있었다. 위화감이 느껴져서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맞네 맞아. 홍차도 술도 마리화나도 모두다 기호품이니까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니야. 하하하 재밌다.
보통은 맥주를 병 째로 주지만 원한다고 말을 하면 얼음과 잔도 당연히 받을 수 있다. 얼음 세개와 잔을 부탁하고 나와 앉아 일단 한 모금 목을 축이니 태국에 온 느낌이 이제야 든다. 인도에서는 너무 춥고 술을 마시기도 귀찮아서 그동안 금주생활을 해 오다 드디어 해금의 순간! 배가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후로 화장실에 달려갈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천천히 택시를 잡아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해서 드디어 기차를 타니,인도와는 다른 기차역과 기차의 모습, 분위기가 신선했다. 내가 타는 차량은 거의 대부분, 아니 거의 다가 외국인 승객이었다. 당일날 슬리퍼 기차 티켓을 구하다니. 다시 생각해도 운이 따랐다.
자리를 정돈하고 편하게 누워있으니 오늘 아침 새벽부터 인도에서 쉬지않고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 이제 좀 눈을 붙이자. 금새 잠이 들었고 한 번 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잘수 있을 정도로 침대칸은 편안했다.
문득 햇살을 느껴 눈을 뜨니, 세상에나. 동이 트고 있네! 창밖은 태국 북부의 아름다운 산간 경관과 들과 강이 마치 꿈처럼 펼져지고 있었다. 저 멀리 산과 산 사이의 틈에서 피어나듯 올라오는 붉게 빛나는 태양이 너무나 신성하게 느껴졌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게 잘도 눈을 뜨게 한건 무엇일까. 고맙고 감사한 순간.
일어나 옆칸의 일본 언니들과 수다도 떨고 인도에서 사온 쿠키도 나누어 먹다 12시 쯤 치앙마이에 도착했지만 사실 이때까지도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도무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안되겠다 이판사판 무작정 한국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자!! 썽태우를 잡고 그녀가 가는 곳 까지 같이 가서 내리는 무대뽀 작전. 썽태우는 가득 찰때까지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로 꾹꾹 눌러 담겼고, 어리버리 차례가 되어 내리고 보니 그곳은 구 시가지-성안 거의 가운데 위치였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스스로도 궁금해 지는 찰나였다.
2023.1.29
'여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린슬립 게스트하우스 (0) | 2023.03.19 |
---|---|
씨유 어게인 인도, 헬로데어 태국 (3) | 2023.03.15 |
델리 - 1월27일. 마지막 밤의 심정 (1) | 2023.03.05 |
델리에서 커스텀 홀드를 해결하다! (0) | 2023.03.02 |
다시, 델리 (0) | 2023.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