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도 노골적인

사적 취향에 대한 뻘글모음입니다.

인생 자체가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합시다

여행일지

그린슬립 게스트하우스

타선생 2023. 3. 19. 08:25

무작정 한국인 여행자의 행선지를 그대로 쫒았다. 네모난 치앙마이 구시자가지- 성내의 중심에서 약간 서쪽으로 기운 장소에 내리게 되었다.
내가 따라간 여자분의 숙소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 어려워 보였다. 도미토리가 기본인 호스텔인데 수영장이 딸려있고 1층 카페테리어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인기있는 호스텔이었다.
그녀 또한 한 참 전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고 했다.
빈 방이 없음을 확인하고나서, 구글맵을 살펴보니 근처에 숙소가 몇개 있는 듯이 보였다. 짐이 무겁긴 했지만 걸어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괜찮아 보이는 곳에 일단 들어가 숙소가격을 알아 보기로 한다. 구글평점도 좋고, 입구도 건물도 깨끗한 곳이었지만,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고(4층까지) 예산에 맞지 않게 너무 비쌌다.(작은 싱글룸이 800바트였다!)
조금 시무룩해서 다시 길을 걷다 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약간 한적한 골목 안쪽의 숙소가 조금더 저렴한 법이니까.
물어보는 곳은 모두 그날의 빈 방이 없었고, 누구에게든지 뭐든 물어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우동집 사장에게까지 빈방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일본식 우동과 한국식 짜장면을 팔고 있는, 뒷 골목의 작은 국수 가게 이층창문이 왠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보여, 사장님께 룸이 있냐고 물어보기로.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립- 슬립-” 하면서 잠잘곳을 구한다는 재스쳐와 단어를 외쳤다.
그러자 그의 눈이 아하! 하면서 손짓으로 저쪽 저쪽으로 가면 무언가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내가 원한 답이 아니어서 (나는 그에게 직접 운영하는 방이 있냐고 물었기 때문에) 실망하고 다른쪽으로 걸어가려고 했지만, 열걸음 걷고 나니 짐의 무게가 두배는 무거워 진 듯했다.
못걸어. 이대로 더는 못걸어. 나의 무릎이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그래 그럼 아저씨가 알려준 곳으로 가보자. 밑져봐야 본전 아니겠나!

알려준 방향대로 조금 걸어 발견한 곳의 이름은 바로  “그린 슬립 Green Sleep” 이었다.
앗. 내가 슬립 슬립! 을 외쳤더니 여길 알려준 거구나!!
그리인- 슬리입- 이라니, 운율이 맞다. 초록색 좋아하는데 일단 좋아.
문을 빼꼼히 열고 방이 있는지 물어보자 스텝은 잠시 굳어 있다가 탁탁탁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긍정의 대답!!!
있다! 오늘밤 잘 곳이 생겼다! 야호! 다행이다. 더이상 짐을 들고 걷지 않아도 된다. (엉엉)
무작정 시내로 들어와서 정처없이 걷기 15분 만에 숙소를 결정했다. 며칠을 부킹닷컴을 보며 고민을 해도 못 정하겠더니.
도미토리룸 하루에 350밧이면 가격도 괜찮다. 이 이하로 싼 곳은 찾기 힘들 거란걸 찾아본 후 깨달았다.

(조금 우울하게) 배정된 방의 층수가 3층이었고, 침대는 2층이어서 내 무릎은 한동안 힘들어 하겠지만. (실제로도 너무 힘들었고)
나중에 다른 호스텔도 궁금해서 묵어본 결과, 그린슬립 호스텔은 아주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구글평점도 높았다
조식이 나오고 (바나나, 수박 과일과, 콘푸레이크, 뮤슬리, 우유, 기본 핫워터와 커피등),  먹고난 식기는 직접 씻을 수 있는 수도와 전자렌지, 잘 관리되어 있는 많은 잔들과 접시들이
이곳의 평소 이용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1층 로비겸 공용 플레이스는 큰 식탁과 소파 쿠션들 책들이 널찍하고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자유롭게 그곳에서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친구네집 거실을 빌리는 느낌. 인테리어도 그린 계열색으로 통일감 있어서 눈도 편했고, 너무 새건물도 아니고, 너무 낡지도 않았으며, 잘 청소된 청결함을 느낄수 있었다.
무엇보다 스텝의 환한 웃음이 좋았다. 내가 한국사람인 걸 알고 요즘 한국 드라마 많이 본다며 수줍게 한국어 인사와 아는 단어를 말할 때는 정말 K드라마 땡큐 아리가또가 절로…
물어보는 것에는 성심껏 답변해 주려고 노력했고, 영어는 불편하지 않을정도로 소통이 수월했다. 다른 게스트와의 캐미를 본 결과, 이곳 스텝 정말 친절하고 나이스.
첫 숙소가 그린슬립이어서 다음 숙소부터는 더 잘 비교가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2층 침대가 너무 힘들어 옮겨야지 싶어 다른곳으로 옮긴후, 바로 후회했다니까는…
그런데 왜 때문에 사진이 하나도 없냐말이다 나자신? (아이구)

그러고 보니 논스톱으로 이틀을 쉬지 않고 이동이었다. 이쯤이면 너무너무 지칠법도.
씻고 쉬자 라고 생각을 하고 짐을 펼치고 (도미토리는 이게 불편하다) 케비넷과 2층 침대를 왔다 갔다 하며 ‘씻자’라고 생각하고 30분이나 걸려서야 샤워실로 이동 할 수 있었다.
피곤함에 머리가 잘 안돌아간 것도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구조와, 어두운 실내와, 다른사람에게 시끄럽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코리아 마인드가 작용한 결과였다.
이거 너무 힘든데… 물건 하나 깜빡하면 공포의 수직 사다리를 타고 2층 침대를 올라야 한다.
무릎도 무릎이지만 중력에 당겨지는 몸이 이렇게 무거울 일인가 싶었다.

어찌어찌 공용 샤워룸으로 가서 씻고나니 웬걸,다시 기분이 산뜻해 졌다.
쉬긴 뭘 쉬어, 먹어야지! 나가자! 치앙마이다! 유후!
4시 반 쯤 되었을까. 숙소 골목에서 조금 큰 메인 길거리로 나가니 사람들이 짐을 들고 나르고 무언가가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 나중에 알았지만 바로 이곳이 치앙마이 워킹스트리트 거리였다.)
무엇을 먹을지는 이미 결정해 놓았다.
숙소를 찾는 도중에도 나의 눈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로컬 식당을 잘도 캐치해서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던 것이다.
기분은 봉봉 날아갈듯 설레고 신난다.  혼자서도 이렇게 잘 해내다니. 드디어 태국 혼여행이 시작된다니.
으하하. 신이 안날수가 없지.

계속-